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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장르

MCU - 로키토르

by 후배깅 2018. 10. 5.

숙주 의 연성 문장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https://kr.shindanmaker.com/679163


로키토르.


6000자 정도.


탈덕한 구장르라서 그냥 전체공개로 올립니다.

-


로키는 아스가르드의 제 2황자이자, 장난의 신이었다. 그리고 그의 형을 사랑했던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로키 자신도 알지못하는 새에 그는 토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르가 미스가르드로 추방당했을 때부터? 아니다. 토르가 전투에 자신과 함께하자고 말했을 때부터? 아니다. 아마 토르가 절 향해 환히 웃었던 때일지도 모르겠다. 로키는 자신이 언제부터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랑해.


로키는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할 말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할 수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는 광장에서 소리칠 수도 있었다. 로키는 그의 형의 얼굴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토르는 고향이 없어진 이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마침내 그들은 미드가르드에서 살 터전을 얻을 수 있었다. 미스가르드와의 협상이 체결된 날, 토르는 “백성이 있는 곳이 곧 아스가르드. 맞지 않느냐!” 라며 그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었다. 로키는 하찮은 필멸자들의 땅에서 살아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있을 행복한 미래에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로키가 기억하는 토르의 마지막 모습이다.


토르가 죽었다고 했다. 사인은 알 수 없었다. 붉게 물든 초원에서 황금색 가루로 흩날린 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사실 이조차도 불분명했다. 몇 달 째 자리를 비운 토르의 행적을 찾고 있었을 때, 노르웨이 근처에서 황금색 가루를 보았다는 목격자의 진술만을 믿고 있는 것이니까. 황금색 가루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선왕께서 발할라로 가셨던 그 자리에서, 똑같은 황금색 가루가 나타난 것은 토르의 죽음만을 뜻했다. 로키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토르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백성들 모두가 슬픔으로 짙게 물들었다. 토르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토르의 자리를 이어 로키가 왕이 되었다. 토르의 장례식이 끝난지 얼마 안되어 새로운 왕의 위임식이 이어졌다. 로키는 왕의 자리를 이어받으며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 토르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현실감이 없는데, 자기가 왕이라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왕관의 감촉은 현실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로키는 고개를 숙여 조소를 흘렸다.  


형이 없었다.



로키가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이 된지 반세기가 되었다. 로키는 주변 사람들의 많은 우려와 달리 아스가르드를 잘 통치했다. 그는 모든 것에 능통했지만 특히 무역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아마 그의 혀놀림과 특유의 포커페이스 때문일것이다. 그는 눈코 뜰 새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그와는 별개의 피곤함이 그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미스가르드로부터 통신이 왔습니다. 로키님.”


로키가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집무실 밖에 서 있던 경비병이 크게 소리쳤다. 통신이라니. 그냥 메일이라고 하지 그래?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셰익스피어풍 말투를 정정하며 로키가 허락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로키. 스티브가 죽었어. 장례식은 곧 이루어질거야. 꼭 와.” 

“그리고 위치를 첨부하셨습니다. 읽어드릴까요?”


로키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올려 미간을 짚었다. 골치 아프니 더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로키는 예민한 왕이었다. 작은 제스처들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었고,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 날 이후로 승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죽이지 않는 것이 어디인가. 경비병은 아무 말도 않는 로키를 바라보며 홀로 생각했다. 


“어디야?”


얼마 지나지 않아 로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투에 한 번 참여했다고 동료취급하기는... 로키가 혀를 짧게 찼다. 멍을 때리고 있던 경비병이 몸을 움찔거리며 말했다. 브루클린에서 한다고 합니다. 브루클린...브루클린이라. 로키는 브루클린을 몇 번 혀로 발음해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시간동안 요지부동으로 앉아있어 허리가 비명을 질러대었다.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미드가르드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인가? 꽤 달라졌군.”


로키가 브루클린 시내를 걸어다니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스티브의 장례식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암시해주는 듯 했다. 한적한 시내를 걸어다니는 장신의-올블랙으로 수트를 차려입은-사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로키는 익숙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유유히 장소로 향했다.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도착한 곳은 성당이었다. 미스가르드인들 입장에서 신인 자신이 성당에 들어간다니 무언가 이상했지만 로키는 그런 건 잊어버리자며 홀로 되내이곤 성당 입구로 발을 내딛었다.


“여어. 오랜만이야.”

“어...토니 스타크? 이런, 몰라봤군. 당신은 정말 징그럽게 안 죽어.“

“몇 십년동안 머리카락 한톨도 바뀌지 않는 자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장례식장 내로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익숙한 목소리에 로키가 젖은 정장을 털며 말했다. 눈가를 찌푸리며 말하는 것은 덤이었다. 나는 신이라고. 로키가 속으로 되내이며 우산을 꽂이에 꽂아넣었다. 비라니. 천둥이라도 올 것 같잖아. 아무렇지 않게 천둥을 생각한 로키가 곧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휘저었다. 장례식장이야. 로키는 눈을 빠르게 질끈 감았다 떴다.



“어벤져스는 얼마나 남아있지?”


지루하던 장례식이 끝나고 로키가 레드와인을 홀짝이며 토니에게 말했다. 와인에 장례식이라니, 제 형의 장례식과 전혀 다른 스티브의 장례식을 보고 콧웃음을 훔쳤다. 자신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스티브의 부탁이라니 어쩔 수 없었지만말이다. 장례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축제나 마찬가지였다. 주례가 끝나고 나선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었고, 아무래도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웃음이 여기저기서 넘쳐났다. 로키는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나. 너. 아, 너는 아닌가? 그럼 너 빼고. 호크아이. 스칼렛. 닥터스트레인지. 이정도?”


얼마 안남았군. 그래도 미스가르드에서 꽤 알고 지냈던 이들이 차례차례 떠나가는 것을 보았던 로키가 남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크아이는 빨리 은퇴했으니 그렇다 치고, 스칼렛은 어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는...뭐, 할 말이 없군. 근데 당신은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토니가 껄껄 웃으며 손가락으로 제스처를 취했다. Money. 로키는 그 답을 보고 하하,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웃음이 많이 늘었네. 웃으면서 살아라 좀.”


토니가 자신의 어깨를 흉터투성이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로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사람들이 슬슬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짤막한 대화를 마치고 와인을 한 모음 홀짝인 후에 로키또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우산을 우산꽂이에서 빼내었다. 이만 가볼게. 자주 놀러오라고. 나도 간당간당하니까. 그럼 네 장례식에서 보지. 로키의 대답에 토니가 낄낄 웃어대었다. 로키는 오랜만에 좋은 기분으로 밖에 나섰다. 



“오셨습니까. 로키님.”


아스가르드로 돌아오자마자 헤임달이 급하게 로키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그를 발견한 헤임달이 이내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아무리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지만 크게 부풀었다 줄어드는 어깨는 숨길 수 없었기에 로키가 예의 찜찜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지? 헤임달은 정공법으로 묻는 로키에 약간 당황한 듯 싶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적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침략? 비밀에 싸여져 있는 아스가르드의 위치를 안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침략이라니. 아무리 자신이 무역으로 많은 행성들을 대해봤다고 해도 이건 상황이 달랐다. 로키는 아스가르드의 통치자였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자리였다. 로키는 오랜만에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해가는 것을 느꼈다. 방금 헤임달에게 군대를 내보내라고 말한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마치 의식이 육체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것 같았다.


“로키님. 전장에 나가시겠습니까?”


헤임달이 허억 숨을 한 번에 몰아쉬며 자리에 앉아있는 로키에게 황급히 물었다. 그 말에 로키가 정신이라도 들었는지 식은땀을 흘리는 헤임달을 쳐다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래. 가자.


근 10년만에 처음 써보는 투구의 낯선 감각에 로키가 몸을 살짝 움츠렸다. 헤임달은 멀찍이 서서 그런 로키를 지켜보고 있었다. 로키님. 시간이 없습니다. 로키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성급하게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화려한 금으로 치장된 무기는 과거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로키는 오랜만에 떨림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캉캉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은색 검들과 그 위로 빗발치는 화살들. 그 재빠른 움직임 속에서 하나 둘씩 적들이 스러져갔다. 과거에 저와 함께 했던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만이 있는 전장에서 로키는 꿈을 꾸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붕 뜬 느낌에도 제 볼에 튀겨진 뜨거운 피는 이게 현실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적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후퇴하시지요 로키님!”


헤임달이 날라오는 화살을 칼로 튕겨내며 급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로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말을 뒤로 몰았다. 적들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가뜩이나 적은 군사수로 그 많은 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깨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아스가르드인들의 타고난 육체가 있다 하더라도 역부족이었다. 


“피해는?”


로키가 어두운 막사 속에서 투구를 벗으며 물었다.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습니다. 부상자가 많으며 전사자 수는 적습니다. 


“적들이 세지 않아 다행이군. 체력보충을 해둬야겠어. 그나저나 처음보는 적인데 어느 행성에서 온 건지는 아는가?”


로키가 읊조리듯 말한 질문에 헤임달이 심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리안을 가지고, 항상 자신을 꿰뚫어 보던 ‘그’ 헤임달조차 모르다니. 로키는 영문도 모르는 적에 대항에 싸우는 자신의 처지에 낙담했다. 그들이 무슨 종족인지, 어떤 이유에서 아스가르드를 공격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라면 협상은 이미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형이라도 있었다면... 문득 떠오른 토르의 생각에 로키는 애써 그 생각을 지워보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 땀에 젖은 흑빛 머리카락이 좌우로 흩날렸다. 


그런 로키의 생각에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곧바로 막사의 천으로 길고 뾰족한 빛이 새어들어왔다. 그 빛은 로키와 헤임달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빛에 당황한 헤임달이 손에 쥐었던 무기를 고쳐잡았다. 하지만 그가 무기를 고쳐잡는 도중에 소름끼치도록 익숙한 굵은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로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치 헛것이라도 본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헤임달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 그 곳에 있는 모두가 그랬을 터였다. 로키는 그 천둥소리가 끝나고나서도 그 자리에 그저 서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헤임달이 그에게 로키님. 이라며 말하기 전까지말이다. 헤임달의 굵은 목소리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로키는 입술을 꽉 깨물곤 급하게 투구와 무기를 챙겨 막사 밖으로 나갔다. 검은색으로 물들은 광활한 초원과 차가운 새벽 공기가 로키를 꿰뚫었다. 토르. 로키가 허공을 응시하며 아침에 치열하게 싸웠던 전장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토르의 것이었다.

그리고 로키는 이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로키는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사고였다면 그저 일반적인 천둥으로 느끼고, 조용히 숨을 죽이며 다음날에 있을 싸움을 대비해야했다. 하지만 로키의 직감은 이것이 토르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로키는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알아야했다. 자신의 이 바보같은 선택이 내일 있을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고, 그 승패는 곧 아스가르드의 생사를 결정짓기 때문이었다. 전쟁때문인지, 아니면 스티브의 장례식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로키는 평소와 다른 결정을 했다. 이것이 로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로키의 생각을 이정도로 흩뜨려놓는 사람은 토르밖에 없었다.


로키가 헐떡이며 폐로 숨을 밀어넣었다. 양 손으로 무릎을 잡고 숨을 고르길 몇 번, 다시 고개를 들어 지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지금 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땅바닥에 남겨진 검붉은 피들을 애써 무시하고 로키는 제 형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토르!”


로키가 크게 소리쳤다. 


“어디있는 거야! 있다면 대답해!”


무모한 행위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적들이 모여있었다. 적들이 로키의 목소리에 잠이 깨어 다시 싸움을 걸어온다면 로키는 죽을지도 몰랐다. 그런 로키의 마음을 무시라도 하는듯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밖에 없었다.


“토르! 제발...“


로키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가 심장이 쪼그라드는것만 같은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는듯 했다. 로키가 자신의 얼굴을 손에 묻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이시여. 당신은 왜 항상 희망이라는 것을 던져주고 그에 대한 합당한 결과는 주지 않는 건가요. 로키는 자신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에게 물었다.


그 순간, 로키의 어깨에 무언가가 닿았다. 적인가? 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로키는 이 곳에 도착한 후에 토르를 찾는다며 시간을 많이 소비했고, 그 시간이라면 적들은 충분히 이 곳에 도착할 수 있었을것이다. 로키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자신은 또다시 그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나라의 멸망으로 대신될 것이었다. 로키는 오늘 하루의 불행에 대해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죽는다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아, 한명이라면? 로키의 머릿속에 희미한 희망이 얕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지금 자신의 어깨를 잡은 것이 보초를 서고 있던 적 한 명이라면. 그렇다면 충분히 도망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로키는 그 자리에서 급하게 어떤 마법을 쓸지, 어떻게 하면 적을 죽이고 최대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대충 틀이 잡혔다고 생각되었을 때, 로키가 고개를 돌려 적을 보았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 검은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다. 좋은 몸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던 적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는지 황급하게 손을 때었다.


로키는 자신의 어깨에서 손이 떨어지자마자 뒤로 이동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로키는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적은 한 명이었다.


“지금 본 것을 모른 척한다면 살려는 주지.”


로키는 큰 아량을 베푼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로키 딴에는 정말 큰 아량을 베푼것이다.-  이정도면 알아서 몸을 사리겠지. 로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꼴이 정말 귀한 자제인듯 보였다. 결국 천둥은 아무것도 아니었던건가. 분명히...그의 것이었는데. 숙연해진 로키가 입을 다물었다. 


“...로키?”


혼자 곰곰히 생각하고 있던 로키의 귀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실로 좋은 바리톤의.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로키의 눈이 커졌다. 두 실루엣은 움직이지 않았다.


“토르?”


로키가 작게 읊조렸다. 실루엣이 작게 움찔거렸다. 


“토르 맞아?”


실루엣이 점점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다가옴과 동시에 검푸른 하늘에서 희미한 달빛이 비쳐 잔디에 맺힌 이슬이 빛났다. 그의 걸음과 함께 아름다운 금발, 검은 가죽 안대, 바다를 담으듯한 푸른 벽안, 높은 코, 앙 다문 입술, 얄쌍한 허리, 좁은 골반, 오밀조밀 보기 좋게 근육잡힌 다리가 차례차례 빛나기 생각했다. 로키는 그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 토르였다. 로키는 그가 토르임을 확인하자마자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둘의 그림자가 맞닿을 듯 가까워졌다. 로키인가? 응. 형. 나야. 토르가 로키임을 확인했다. 로키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토르는 잠시 멈칫하더니 씩 웃으며 로키를 끌어앉았다. 


토르.

그래, 로키야.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로키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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